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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집 _ 달력과 시간
천명의 상징부터
일상의 지침까지 아우른
시간의 질서
우리 역사 속 달력 이야기
정성희 _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관
전근대 한국과 중국은 시간을 기록해 놓은 ‘달력’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었다.
시간을 알아내는 사람은 위정자들이었고, 피지배층은
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해 준 시간을 받아야 했다.
시간은 독점되어 있었고,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형벌을 받았다.
하늘이 주는 시간을 독점적으로 장악한다는 것은
그 하늘이 천명을 부여한 왕의 지위를 보증해 주는 상징이었다.
옛날 농경 사회에서 제왕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백성들에게 씨 뿌
릴 ‘때’를 알려주는 것이었다. 자연과 더불어 살던 사람들에게 ‘때’라는 것
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. 지금도 흔히 우리는 “때를 놓치지
말라” 혹은 “골든타임”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, 이는 흘러가는 시간이 모
두 같지 않으며 어떤 일이든 가장 적절한 때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.
예나 지금이나 인간 활동에는 항상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. 따라
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간과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달력이
필요했다. 가장 간단한 시간이나 날짜의 경과는 천체 운동만으로도 잘 알
수 있었다. 밤과 낮 그리고 달이 변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시간의 흐름
을 손쉽게 알 수 있다. 특히 달의 변화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세계 모든 민
족들 사이에서 시간의 척도로 받아들여져 왔다. 사실 태양과 달의 운행만
으로도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달력을 만들 수 있다.
그러나 고대 사회의 달력이라 할 수 있는 천체력에는 별들의 운행까지
포함되어 있어 매우 복잡하다. 이것은 당시 달력의 기능이 실용적인 의미
를 넘어 일식이나 월식의 예측은 물론이고 점성학적 해석까지 덧붙이는
역할을 했기 때문이다. 이러한 의미에서 고대 사회의 천체력은 우리가 매
일매일 날짜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현대의 달력과는 거리가 멀다.
옛 사람들은 시간을 알기 위해 다양한 천문기구를
사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달력을 만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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