Page 20 - 문자와 상상05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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는 태양력의 역일과 칠요일(七曜日)이 기재되어 있다. 이 태백축일유방(太白逐日遊方)은 태백(太白)이 위치한 방
것은 기존의 시헌력서에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내용이다. 위를 나타낸다. 태백은 연신인 금신(金神)의 기(氣)로서 팔
1896년에 시헌력서와 별도로 태양력서가 발행되면서, 두 방(八方)을 순유하면서 사람의 선악을 살핀다. 태백이 있
역서의 대조를 위해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. 태양력서의 상 는 곳은 거슬러 향할 수 없고, 이를 범하면 재앙이 생긴다
단 여백에도 기념일과 제사일이 기입되어 있다. 고 한다.
장단성(長短星)은 장성(長星)과 단성(短星)이 든 날을 표
(4) 신들의 이름과 방위의 길흉, 행위 금기 담긴 권말 시한다. 이 날에는 매매[市貿], 교역(交易), 옷 만드는 일[裁
시헌력서의 권말 역면에는 연월이나 역일의 변화와 관 衣], 재물을 들이는 일[納財]이 좋지 않다.
계없는 역주가 매년 같은 내용으로 실려 있다. 백기일(百忌日)은 일진(日辰)의 천간(天干)과 지지(地
[그림 4]의 오른쪽부터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. 먼저 支)를 기준으로 해 설정된 금기 행위 목록이다. 세두일(洗
천은상길일(天恩上吉日), 천사상길일(天赦上吉日), 모창 頭日)은 머리 감기 좋은 날이다. 유화일(遊禍日)은 월의 악
상길일(母倉上吉日), 천덕합(天德合)의 방위와 역일이 기 신(惡神)인 유화가 지키는 날이다. 역주에 따르면 유화일
재되어 있다. 천은(天恩)은 덕을 베푸는 관대한 신이고, 천 은 “복약에 좋지 않은(不宜服藥)” 날이다. 천화일(天火日)
사(天赦)는 과실과 죄를 용서하는 신이다. 천은, 천사, 모창, 은 “지붕을 이는 데 좋지 않은(不宜苫蓋)” 날이다. 상삭일
천덕합은 월이나 계절에 관계되는 길신(吉神)이다. 모창상 (上朔日)은 “손님을 부르거나(會客), 음악을 울리는 것(作
길일(母倉上吉日)은 파종(種植), 축목(畜牧), 납재(納財) 등 樂)이 좋지 않은” 날이다. 사조일(祀竈日)은 부엌의 조왕신
의 일에 길한 날이다. 천덕합(天德合)은 각 월의 천덕이 모 에게 제사 드리는 날이다. 오성수택(五姓修宅)은 주택에
이는 날이다. 사는 주인의 성(姓)을 그 음에 따라 궁(宮), 상(商), 각(角), 치
태세이하신살출유일(太歲已下神殺出遊日)은 연신인 (徵), 우(羽)의 오음(五音)으로 나눈 다음, 주택 주인의 성과
태세 이하의 흉신들이 자신이 다스리는 방위를 떠나는 날 그 해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에 의해 주택 수리의 길흉을 8
과 다시 그 방위로 되돌아오는 날을 기록하고 있다. 출유일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법이다. 가취주당도(嫁娶周堂
(出遊日)은 각 방위를 지키던 신들이 그 방위를 벗어나는 圖)는 결혼일의 길흉을 판단하는 도식으로, 신부를 중심으
날을 가리킨다. 따라서 출유일은 일시적으로 해당 방위에 로 해 신부가 시집간 후의 사태를 결혼일을 통해 점치는 데
대한 금기가 해제되는 날이다. 사용했다.
일유신소재지방(日遊神所在之方)은 흉신인 일유신(日
遊神)이 있는 방위를 나타낸다. 일유신은 사람이 사는 방 (5) 절기만 들어 있는 윤월
안에 거주하면서 각 방위를 순환하는 신이다. 일유신은 60 1895년 대조선개국오백사년세차을미시헌서(大朝鮮開
갑자의 역일 가운데 16일 동안 방 안의 동서남북과 중앙을 國五百四年歲次乙未時憲書)의 윤오월 역면을 보면, 월건,
오가고, 나머지 44일 동안은 방 밖으로 외출한다. 일유신이 월백, 월신, 길방, 물후, 일전이 기입되어 있지 않다. 단지 우
있는 곳에는 산실을 두는 것(安産室), 집을 청소하는 것(掃 단에 “십오일 을묘술초일각소서육월절이전작오월용이후
舍宇), 침상을 두는 것(設牀帳)이 좋지 않다고 한다. 작육월용(十五日乙卯戌初一刻小暑六月節以前作五月用
축일인신소재(逐日人神所在)는 역일에 따른 인신(人神) 以後作六月用)”이라고만 적혀 있다. 윤월에는 중기가 없고
의 위치를 나타낸다. 인신은 사람의 몸 안에 거주하는 신으 절기만 들어 있다. 따라서 위의 말은 “윤오월의 절기인 소
로 역일에 따라 사람의 몸 안에서 이동한다. 인신이 있는 서 이전의 날은 오월처럼 이용하고, 소서 이후는 6월처럼
신체 부위에는 침을 놓거나 뜸을 뜨지 않아야 한다. 이용한다”라는 것을 의미한다. 윤오월은 5월도 아니고 6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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